망쳤다고 생각한 면접에 뜻밖에 합격소식이 들려오고, 내가 해본 최악의 면접 답변에 대해서 적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게 별로는 아닌데?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걸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가고 있다. 어차피 내가 누군지 모를테니까 적는거다.

내가 기억하는 최악의 면접 답안은 두개인데 하나는 예전의 것, 하나는 최근의 것이다. 첫번째는 예전 인턴면접을 보러 갔었을 때 이야기다. 인턴면접 중이었고 순조롭게 답변을 (그때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어나가던 중,면접관 중 한 분이 본인에게 "꿈이나 계획이 있냐" 고 물으셨다. 그때 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꿈은 없었다. 막연하게 어떻게 해야지 이런 느낌도 전혀 없었고 그냥 학교나 졸업하고 공무원이나 준비할까? 아니면 자격증시험을 준비할까? 이런 식이었기에, 내딴에는 이걸 꿈이라고 얘기해야 되나 하는 양심의 가책이 존재했었나 보다. 결국 나는 (숙고가 아니라) 초도 지나지 않아 "꿈이 없다" 라고 대답을 내놨다. 그 답을 하는 순간 나는 탈락을 직감했다. 상담이나, 뭐 친구들과 얘기할때나 할 말을 면접장에서 꺼내놓는 순간 나에 대한 일말의 확신이 있었더라도 이를 접을 것임을 알았다. 사실 꿈이 없는 사람들은 많고 내가 그런 대답을 하는 게 죄도 아니지만, 회사 조직의 일원이 될 사람에게,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그런 대답을 듣는 것은 좋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두번째는 최근의 일인데,
면접장에도 늦게 도착하고 인적성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면접이었다. 간절함은 있었고 내가 좋게 생각하고 성장가능성도 높은 기업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자소서를 준비했었지만, 서류합격이 붙은 이후 그 전의 노력을 잊어버렸다. 나의 특유의 나태함과 무사고(思考)성이 내 발목을 잡았었다고 생각한다. 여튼, 면접장 도착 후 가쁜 숨을 고르며 생전 처음 보는 인적성을 치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면접 중, (특이하게도 그 기업은 지원자에게 지원횟수와 타기업 탈락이유에 대해서 물어본다는 것을 잡플래닛을 통해 알고는 있었다.) 지원횟수와 타 기업 탈락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타지원자들은 그들의 역경과 고난을 이야기했다. 1년을 공백가진 사람도 있었고, 더 긴 시간을 가진 사람도, 또 면접을 어려워 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고민했다. 한번 기업에 대한 로열티에 대해서 말해볼까? 나는 지원횟수를 진술함과 함께, 타 기업에서 합격사실을 통보받았지만 이 기업 면접을 보기 위해 거절했다는 것을 말했다. 반응은 시원찮았다. 면접관이 요즘 그렇게 하는 사람들 많다고 웃음을 지었는데 거기서 탈락을 직감했다. 후속 질문도 망쳤다. 거기에 대해서 더 잘 말할 수 있었는데 답을 일단 마쳐놓고 보자는 나의 생각이 번져 성급히 면접을 끝낼 수 밖에 없었다. 할까 말까 생각이 드는 순간, 브레이크를 걸어야 된다. 채용프로세스에 대한 경망(light-weighted?)한 나의 생각이 묻어들었다고 면접관이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상념이 나를 휩싸 안았다. 다행히 탈락 문자는 빠르게 왔고, 나는 회복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답변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일 수도, 넘어갈 수 있는 디테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답변에 이어서, 마지막 답변을 추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오늘 아침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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